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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와 피콜로

이재기 | 2021.08.11 17:46 | 조회 190 | 공감 0


 

현대인들은 외로워서인지 애완용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상당히 많습니다. 대부분이 개나 고양이 같은 것을 기르지만 좀 취미가 별난 사람들은 작은 도마뱀이나 햄스터, 심지어는 송충이류()의 벌레를 집에 모셔놓고 사이좋게 동거(?)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향은 우리나라 사람보다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에게서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초등학교를 갔더니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런 벌레를 아예 교실에서 기르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그것들을 손 위에 올려놓고 예쁘다며 탄성을 발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어릴 때 우리 집에는 자그마한 정원이 있었습니다. 제법 키가 큰 장미나무와 글라디올러스, 여러 종류의 선인장 그리고 무화과도 한 그루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정원이 아름다워 들어가고 싶어도 언젠가 어느 나무에서 툭 떨어지는 벌레를 본 후부터는 만정(萬精)이 다 떨어져 잘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벌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입니다. 물론 애완용으로 벌레를 기르는 몇몇 독특한 취향의 사람들이나 전문적으로 벌레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하는 말입니다. 보편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징그럽고 무가치하고 쓸모없는 것이 송충이나 지렁이와 같은 벌레들입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자신을 그런 벌레와 연관시키기를 즐겨 하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입니다. 누군가가 내게 당신은 벌레야라고 말한다면 그것보다 더 심한 모멸감을 느낄 수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자신을 벌레라고 말하며 노래까지 부른다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교회에 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예배 시간에 벌레 같은 날 위해 큰 해 받으셨나!”라고 노래합니다. 이것은 물론 600곡 이상의 찬송시를 썼다는 아이작 왓츠의 웬 말인가 날 위하여”(Alas! and did my Savior bleed)라는 찬송가 가사의 일부입니다. 왓츠는 자신과 같은 죄인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에 감격하여 이 찬송시를 썼을 것입니다. 벌레라는 말을 사용했을 때 그의 의미는 하나님의 가치와 의로우심에 비추어 보면 우리의 영적 도덕적 상태는 마치 벌레와 같은 더럽고 낮고 보잘것없는 상황이라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왓츠의 표현은 시적(詩的)인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그는 그처럼 강렬한 언어의 그림을 사용했을 것입니다. 그의 말은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를 받을 자격이 없는 죄인이라는 것이지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우리의 존재 가치가 벌레와 같이 쓸모없고 무익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왓츠에게서 잘못 영감을 받은 어떤 사람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벌레처럼 비하시키며 그것이 마치 신령한 것인 양 착각과 오류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은 다른 사람들도 그와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겠죠. 그들은 자기들에게 아무런 좋은 것이 없으며 어떤 가치 있는 것도 자기들은 이룰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겸손의 가면을 쓰고 이 교리를 설교하며 혼동에 빠진 새 신자들을 제자로 삼습니다. 이들의 활동이 만만치 않아 교회 내에 벌레파는 자꾸만 늘어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죽했으면 벌레 신학”(Worm Theology)이라는 말까지 생겼겠습니까?

 

그러나 참으로 우리는 벌레인가요? 하나님께서 벌레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독생자를 보내 주셨습니까? 예수 그리스도께서 벌레와 같은 존재들 때문에 십자가에 못 박히는 고통을 감내하셨습니까? 하나님께서 우리들을 보실 때 징그럽고 무가치하며 피하고 싶은 벌레를 보고 계십니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한 번도 우리를 벌레로 취급하신 적이 없습니다. 물론 이사야 41:14에서 이스라엘을 지렁이(worm)에 비교한 적이 있지만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다른 주변 국가들 앞에서 이스라엘 국력의 연약함을 나타낸 것이지 인간의 존재 가치를 평가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지상에 있는 어떤 것보다 더 귀하게 생각하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하나님의 형상(imago dei)대로 지으시고 우리를 위해 독생자를 주신 것이 아닙니까? 우리 자신에게 어떤 고유한 가치가 있어서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귀하게 여기신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그가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에게 가치를 부여하셨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를 무가치한 벌레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무슨 쓸모가 있으며 뭘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자신을 벌레나 벌레보다 못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은 신령한 일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뒤집어진 모습의 교만이며 불경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상에 인구가 폭증하면서 그 수많은 사람 중에 나 한 사람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더구나 능력이나 외모로 인간의 가치를 평가하는 오늘날의 세태에서 별로 내세울 것이 없는 우리 보통 사람들은 의기소침하거나 자기 비하의 늪 속에 빠져들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는 하나님 안에 있는 우리의 가치를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자녀 가운데 하나님의 눈에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 그분의 손으로 지음을 받은 걸작품이며 다 소중한 사랑의 대상입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우주의 왕자요 공주들입니다. 우리 자신이 뭐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이해할 수 없는 사랑과 은혜 때문에 우리가 그렇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감사하고 가슴 뿌듯한 일입니까?

 

지난 시절 유명한 지휘자였던 이태리의 미카엘 코스터는 이백 명 이상이 연주하는 큰 오케스트라의 연습을 지휘하다가 갑자기 오케스트라 연주를 중지시키고 "피콜로는 어떻게 되었소? 피콜로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피콜로는 덩치가 큰 악기도 아니고 화려하게 생긴 악기도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작고 별 볼품없는 높은 음색의 피리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대 음악가의 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하모니의 일부였던 것입니다.

 

자신을 그저 이름도 없는 하찮은 존재로 생각하십니까? 세상의 기준으로 평가할 때 별 내놓을 것이 없는 무가치한 자에 불과하다고 스스로 어깨를 움츠립니까? 자신을 벌레라고 부르며 또 그렇게 여깁니까? 아닙니다. 천번 만번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에게 있어서 당신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피콜로입니다. 당신이 없이는 대 지휘자가 의도한 그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가 없습니다. 이제 어깨를 펴고 자세를 추스르고 당신이 낼 수 있는 가장 환상적인 소리를 내어 보십시오. 하나님의 지휘봉에 맞추어 당신만이 낼 수 있는 그 특별한 소리를 낼 수 있다면 우주는 전에 들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하모니를 감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졸저 "하늘정원의 아름다운 꽃이 되고 싶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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